탕비실 하부장 문을 여는 순간 젖은 종이 상자 같은 눅눅한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하남 덕풍동, 하남시청역에서 시청 쪽으로 걸어가는 길의 상가 업무빌딩 4층에 자리한 행정사 사무소였습니다. 인허가 서류를 다루는 직원 일곱 명이 쓰는 사무실이고, 출입구 옆에 싱크대와 냉장고를 둔 작은 탕비실이 붙어 있었습니다.

처음 들은 요청은 싱크대 둘레 실리콘이 까맣게 변했으니 정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보니 싱크볼과 인조대리석 상판이 만나는 경계, 상판과 벽 타일이 만나는 뒤쪽 경계를 따라 실리콘에 검은 곰팡이가 줄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겉을 락스로 몇 번 닦아 봤는데 며칠 지나면 다시 올라온다고 하셨습니다. 실리콘 속까지 곰팡이가 파고든 상태라 겉만 닦아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칼날로 오래된 실리콘을 걷어내기 시작했는데, 뒤쪽 벽 경계를 뜯자 상판 아래로 물이 스며든 흔적이 보였습니다. 하부장 안을 확인하니 상판 바로 아래 합판 윗면이 물을 먹어 부풀어 있었고, 거뭇한 곰팡이가 번져 있었습니다. 문을 열었을 때 난 냄새의 출처가 여기였습니다. 실리콘 틈으로 설거지 물이 조금씩 흘러 들어가 하부장 천장 쪽에 고여 있었던 것입니다. 하부장에 넣어 둔 종이컵 상자와 세제를 모두 꺼내고, 곰팡이 핀 합판은 곰팡이 제거제를 바른 뒤 닦아 내고 송풍기를 하부장 안으로 넣어 말렸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한 시간 가까이 더 걸렸습니다.

그사이 상판 쪽 실리콘 자리에 남은 잔여물을 헤라와 알코올로 깨끗하게 벗겨 냈습니다. 새 실리콘은 잔여물이 조금만 남아도 잘 붙지 않고 그 틈으로 다시 물이 들어갑니다. 경계가 완전히 마른 것을 확인한 뒤 곰팡이 방지 실리콘으로 다시 쐈고,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선을 곧게 잡았습니다.
실리콘이 굳는 동안 몇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설거지를 마치면 상판 뒤쪽 경계에 고인 물을 행주로 한 번 훔쳐 주시는 것, 행주와 수세미를 상판 뒤쪽 모서리에 젖은 채로 걸쳐 두지 않으시는 것만으로도 실리콘이 오래 갑니다. 하부장은 문을 닫아 두는 시간이 길어 습기가 갇히기 쉬우니, 퇴근할 때 가끔 문을 열어 두시면 좋습니다. 락스는 실리콘 겉의 색만 잠깐 빼 줄 뿐이라 자주 쓰면 오히려 실리콘이 빨리 상합니다.

실리콘은 하루 동안 물이 닿지 않게 해야 해서 싱크대에 사용 금지 메모를 붙여 두었습니다. 운영하시는 분은 내일 오전에 물을 써도 되는지 문자로 한 번 확인해 주면 좋겠다고 하셨고, 부푼 합판은 더 상하기 전에 하부장 교체 견적을 받아 보겠다며 그때 다시 하부장 안 정리를 부탁하겠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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