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 어학원에서 연락이 온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 상담이 잦은 방 분위기를 정리하고 싶은데, 창가에 달린 암막 롤스크린이 누렇게 뜨고 아래쪽에 얼룩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의실 빔프로젝터 스크린도 오래 내려두기만 해서 먼지가 앉았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오전 수업이 없는 시간에 맞춰 들어갔습니다. 상담실 두 곳과 회의실 한 곳, 손볼 스크린은 모두 다섯 개였습니다. 먼저 롤스크린을 끝까지 내려 상태를 확인했는데, 위쪽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손이 자주 닿는 당김봉 주변과 아래쪽 웨이트바 근처가 특히 지저분했습니다.

처음에는 원단을 떼어 물세척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눈에 잘 안 띄는 모서리에 젖은 스펀지를 대보니 물자국이 동그랗게 번졌습니다. 폴리에스터에 차광 코팅이 된 원단이라 물을 먹으면 얼룩 경계가 오히려 더 도드라지는 종류였습니다. 습식은 접고 건식 위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부드러운 솔이 달린 청소기로 위에서 아래로 먼지를 걷어낸 뒤, 마른 극세사 패드로 면을 정리했습니다. 손때가 눌어붙은 당김봉 둘레와 아래쪽 얼룩만 물기를 최대한 짠 스펀지로 가볍게 두드려 닦고, 곧바로 마른 천으로 눌러 수분을 뺐습니다. 한 면을 여러 번에 나눠 조금씩 옮겨가며 작업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회의실 스크린은 상태가 조금 달랐습니다. 늘 내려둔 채로 두다 보니 하단에 말려 들어가는 롤 안쪽으로 검은 곰팡이 점이 번져 있었습니다. 벽과 창 사이 좁은 자리라 통풍이 안 되고, 겨울에 결로가 맺힌 흔적도 같이 보였습니다. 곰팡이는 알코올을 묻힌 면으로 찍어내듯 정리하고, 원단이 이미 상한 자리는 무리해서 문지르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은 젖은 채로 감아 올리면 그 안에서 곰팡이가 금방 다시 올라옵니다. 닦은 뒤에는 완전히 펼쳐 반나절 정도 말리고 나서 감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평소에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끝까지 내렸다가 올려서 원단이 한자리에 눌려 있지 않게 해주면 접힌 자국과 냄새가 덜합니다.
프로젝터 스크린은 표면이 예민해서 세제를 바로 뿌리면 자국이 남습니다. 마른 걸레로 결을 따라 한 방향으로만 닦고,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부분만 물을 살짝 묻혀 같은 방향으로 정리하는 정도가 안전하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창가 쪽은 환기할 때 스크린을 조금 올려두는 습관만으로도 결로 곰팡이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원장님이 상담실을 둘러보시더니, 누렇게 뜬 게 사라지니 방이 한결 정돈돼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회의실 스크린 곰팡이는 다음에 원단 교체를 생각해보겠다고 하셨고, 환절기 지나고 한 번 더 봐달라고 하셔서 다음 방문 일정을 대략 잡아두었습니다. 정리하고 나오니 오후 수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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